영화/예술/책/여행2015.01.26 08:00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어떤 상처는 나에게는 크지만 남에게는 미미하고, 또 다른 상처는 나에게는 작지만 남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누군가의 폭력에 의해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의 상실로 그런 상처를 느낀다. 마음의 상처는 눈에 잘 보이지 않아서 상처가 제대로 아물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종종 자주 잊어버린채 살아 간다. 이런 상처는 현재의 우울감이나 원인모를 분노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화 <와일드>의 여주인공 셰릴도 비슷하다. 셰릴은 자신의 전부와도 같았던 어머니를 잃었다. 어머니는 척추에 종양이 생긴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셰릴을 떠난다. 셰릴은 이때부터 엇나가기 시작한다. 헤로인, 섹스 등 손대지 말아야할 것에 중독되고, 이혼하게 되었으며,  이름 모를 아버지를 가진 아기를 임신하고, 또 유산했다. 갈때가지 간 인생, 셰릴은 길 위에 선다. 바로 그 길이 수천킬로 이르는 PCT(Pacific Crest Trail) 트래킹 코스다.


첫 장면에서 셰릴은 무거운 캠핑가방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다. 가스를 제대로 챙겨가지 못해서 죽도 해먹지 못하고, 매번 찬죽으로 끼니를 때운다. 처음부터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속을 스치며 지나간다. 이와 함께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지치며 지나간다. 어머니와의 행복했던 기억. 슬펐던 기억. 스스로가 망가졌던 기억.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던 기억..


길이 계속될 수록 지난날의 회상도 깊어져간다. 숲속에서 만난 꼬마가 불러주는 노래를 듣고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내기도 하고, 지난날의 혹독한 기억떄문에 밤중에 텐트를 나가서 구토를 하기도 한다.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소한 일상들을 나눈다. 길을 걸으며 보낸  96일. 길의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셰릴은 스스로 되묻는다. 후회스러운 과거의 상처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셰릴은 깨닫는다. 버리려고해도 잊으려고해도 잊을 수 없는 상처라는 것을, 그리고 이 상처를 보듬어 안으며 살아가기를.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영화속의 주인공의 상처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과거의 상처가 떠올라 집에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언젠가는 셰릴처럼 내면을 탐색하는 걷기 여행을 한번 떠나보고 싶다. 물론, 혼자 먼길을 떠나야 할만큼의 상처를 받지 않는 편이 더 좋겠지만 말이다.


*해당글은 지놀(Zinol)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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