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Column)2014.04.26 10:31

강남역은 항상 사람들로 번잡하다. 번화가인만큼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아니라면 강남역 근처에서 명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요즘같은 불경기에도 간판이 잘 내려가지 않는 곳들이 있다면 바로 '성형외과, 영어학원, 유학원' 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성형대국'임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영어학원'이 성형외과 만큼이나 크고 다양하다는 사실을 근처에서 일하면서 새삼 깨달았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으면 몇몇개 영어학원에서 학생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방학 중인 대학생들을 위한 또 다른 대학이 바로 강남에 모여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요가 많으니 영어학원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것도, 연봉 10억의 토익강사가 나오고, TV 광고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예전에 강남역 근처에서 사촌동생을 만난적이 있는데, '스타토익강사'의 6시간짜리 무료 강의를 들으러 왔다고 했다. 얼마나 영어를 잘 가르치는지 호기심에 한번 따라간 적이 있다. 한, 두시간정도 들었는데 강연은 놀라웠다.


어떤 점이 놀라웠냐면, 토요일인데도 300명의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채웠다는 것이, 300명의 학생들의 바람직한 착석과 교실 문화를 위해서 조교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강연자가 학생들에게 반말을 툭툭 뱉으면서 진행을 한다는 것이 그랬다. 강연의 흐름은 겁을 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정부에서 토익을 없앤다고 하는데, 그게 지금 없어지겠어?"

"다른 스펙을 다 갖췄는데, 토익 점수가 낮아서 서류에서 떨어지면 어떻겠어?"


겁을 주고 나서 학생들을 뭔가 모를 입시분위기로 만들어 놓은 다음, 별로 대단할 것 없는 내용의 강의가 진행됐다. 영어를 8품사를 기준으로 설명하는데, 캐캐묵은 성문 종합영어를 다시 꺼내보는 기분이었다. 쉬는시간을 틈타서 도주하다시피 강의실을 나왔는데 느낌이 아주 씁쓸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런식의 강의를 듣게 되는 것인지..


일에 지쳐있는 샐러리맨들 만큼이나 공부에 지쳐있는 학생들이 넘쳐나는 곳, 이들의 과거, 현재, 미래가 중첩되어 한눈에 관찰되는 곳. 바로 이곳이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강남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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