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Start-up/Apps2012.05.04 11:41



*먼저, 이 글은 갤럭시 S3에 대한 하드웨어 리뷰가 아닙니다. 갤럭시 S3가 시장에 의미하는 바에 대해 매우 주관적으로 적은 글입니다.



5월 3일 저녁, 런던에서 갤럭시 S3 신제품 발표회(Samsung Mobile Unpacked 2012) 행사가 개최되었다. 삼성은 작심을 한 듯, 행사가 있기 수개월부터 페이지를 개설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홍보를 많이 했다. 업계의 거의 모든 사람들을 불렀다. 오랜시간 준비된 행사인만큼 빈틈이 없었다. 발표자들도 차분히 잘 진행했고, 홍보 영상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행사에 대한 넋두리를 하자면, 딱 한가지가 부족했다. 바로 "Wow"라는 단어를 연발할 수 있는 경이적인(Remarkable) 순간이 없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삼성에는 스티브 잡스가 없다. 또한, 삼성은 애플이 아니다. 문화가 다르니, 다른 방식으로 발표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에 익숙하고, 여전히 애플의 신제품 발표 종교의식에 열광한다. 이미 업계의 표준아닌 표준이 된 된 애플의 종교의식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갤럭시 S3는 언뜻 보기에도 훌륭한 폰이다.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췄고, 잘 팔리게 생겼지만 사람들이 놀랄만한 폰은 아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져있고,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앱'들을 마탕으로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한 상태다. 삼성이 아니라, 어떤 다른 회사도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하더라도 사람들은 예전만큼 놀라지 않을 것이다.



잉여 하드웨어의 시대



잘 작동하던 피쳐폰들도 이렇게 버려졌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주제는 두번째 이유와 관련이 있다. 이번 갤럭시 S3의 스펙을 보면 장난이 아니다. 쿼드코어를 장착했고, 4.8인치의 슈퍼아몰레드, 800만 화소의 카메라, 가벼운 중량 까지.. 경이롭다. 삼성만큼 제품의 거의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할만한 능력을 가진 하드웨어 업체도 드물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스마트 하드웨어 업체가 아닌가.


하지만, 이번 갤럭시 S3를 보면, 나는 몇 년전 급속히 쏟아져 나오던 피쳐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처음에 피쳐폰은 아이폰과 갤럭시폰처럼 신기하고, 비싼 물건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제품 단가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하드웨어 스펙 경쟁이 가속화 되었고, 딱 그 시점부터 사람들이 폰의 스펙에 큰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 같다. 


이번 갤럭시 S3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스마트폰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쿼드코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쿼드코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 CPU가 가지는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피쳐폰 시절에도 사람들은 폰의 전체 기능 중 극히 일부분만을 사용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달력, 알람, 메일 확인, 그리고 게임 정도가 사람들이 쓰는 기능의 90%이상은 차지 할것이다. 더욱이 고사양의 게임을 제외한 모든 기능은 갤럭시 S1에서도 아직 잘 돌아간다. 그렇다면 삼성이 하드웨어 개발을 중단해야 하는가? 그건 아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고사양의 신제품을 원하기때문에 기업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니까.


문제는 잉여 하드웨어의 시대가 가속화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단지 좋은 스펙의 하드웨어라고 착각하게 된다. 피쳐폰이 열심히 경쟁하고 있을 때, 아이폰이 나와서 뒷통수를 제대로 맞지 않았던가.



회색지대의 삼성 갤럭시 S3, 그리고 삼성


삼성이 이번 발표에서 하드웨어만 강조한 것은 아니다.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Siri)와 비슷한 S Voice를 내놨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동작 인식기능도 추가했다. 사진을 찍으면 가장 괜찮은 사진을 추천해주는 지능형 카메라(Intelligent Camera)라는 기능을 선보였고, NFC를 통한 공유 기능도 내놨다. 사진을 찍으면 소셜 Tagging을 할 수 있는 자체앱과 와이파이에서 서로간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다. 이 정도만 언급해도 알 수 있듯이, 이번 갤럭시 S3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갤럭시 S3가 회색지대에 있는 삼성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가 좋은 것은 알겠는데,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도 좋은 것은 알겠는데,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물론, 사용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건방진 소리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렇게 느낀다. 왜 그럴까?


지금은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더욱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바다라는 자체 모바일 OS가 있지만 안드로이드와 iOS에 비하면, 점유율도 낮고,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 지나치게 많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인텔과 손잡고, 타이즌(Tizen)이라는 모바일 OS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력한 모바일 OS가 없으니, 삼성 앱스토어도 포지셔닝이 애매하다. 안드로이드에는 이미 구글플레이가 자리잡고 있고, 국내에는 통신사가 운영하는 티스토어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앱스토어가 성장은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만한 성과는 내고 있지 못하다.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없으면, 콘텐츠 생태계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번 갤럭시 S3를 통해서 뮤직 서비스와 영화 관련 컨텐츠 플랫폼도 같이 구축하려고 애쓰는 점이 보이지만, 이미 구글이 구글플레이에서 구글 뮤직, 유튜브 등을 통해서 콘텐츠 생태계도 확보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이미 자체 컨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던 아마존은 킨들을 출시하며, 삼성 태블릿의 점유율을 집어 삼켰다.


삼성은 지금 구글,애플, 그리고 아마존 사이 어딘가에 있는 회색 지대에 있는 것 같다.



애플의 무서움, 앱스토어와 아이폰, 아이패드


얼마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삼성과 애플의 전략을 비교한 사진 한장이 화제가 되었다. 요약하자면, 애플은 1년에 한 대의 폰을 만들어 내고, 삼성은 수많은 폰들을 만들어 내는데, 애플은 수익성이 좋은 회사고, 삼성은 스마트폰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라는 설명이다.



애플과 삼성이 양강구도?



언뜻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이 양강구도는 '제품'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본 단편적인 비교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좋은 분석이 아니다. 적어도 IT 분야에 있어서 '제품'의 시대는 저물고 있고, '플랫폼'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이 한줄의 트윗만큼 애플을 잘 설명하는 문장도 드물 것이다. 아이패드 이전에도 타블렛은 있었고, 아이폰 이전에 PDA 같은 스마트폰도 있었다. 애플이 만들어낸 것은 단순한 폰이 아니라, 세가지 강력한 톱니바퀴다.


-하드웨어(아이폰, 아이패드)

-소프트웨어 생태계(IOS, 앱스토어)

-콘텐츠 생태계(앱스토어)


이 세가지 요소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된다. 아이폰, 아이패드가 하드웨어적으로 훌륭하지만, 앱스토어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이다. IOS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없었다면, 앱스토어가 없었을 것이다. 음반회사들과의 거대 계약을 통해서 음악이라는 컨텐츠를 애초에 확보하지 못했다면, 컨텐츠 생태계로서의 앱스토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끊임없는 혁신으로 애플이 만들어낸 경쟁우위다.


삼성은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판매 업체가 되었지만, 여전히 불안해 보인다. 갤럭시 S3는 좋은 폰으로, 사람들이 많이 살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제품이다. 애플은 세개의 톱니바퀴를 가지고 있고, 아마존은 하드웨어와 콘텐츠라는 두개의 톱니바퀴를 가지고 있다. 아직 삼성은 하드웨어, 하나다. 앞으로 삼성은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올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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